조금이라도 점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눈길 주지 않을 수 없는 시선 강탈 표지 디자인!
제목에서부터 우러나오는 포스... 점집 탐험도 아니고, 점집 도전도 아니고 단아하고도 품격이 느껴지는 "문화 답사기"의 제목 선정!
"점집"이라 하면 흔히 연상되는 "신점이나, 사주팔자"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점집에 대한 폭넓은 탐방으로 독자들의 견문을 넓혀주는 경험담!
점술가의 미래 예측 정확도에 대한 흔들림 없는 분석과 점집 내부의 인테리어가 주는 분위기의 세밀한 묘사까지, 마치 독자들이 함께 점집 답사를 한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현란하고도 리얼한 말(글) 솜씨!
작가의 뚝심 있는 이성적 사고가 빛을 발하는 바로 그 책!
소개합니다.
한동원 작가님의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 (2014)"입니다.
이 책은 2012년부터 1년여 동안 <한겨레>의 '매거진 esc'에 연재된 칼럼을 재구성한 책이라고 합니다.
작가 한동원
그는 누구인가. 2002년 씨네 21 영화 관련 프로그램에서 선풍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2006년 KBS 문화교양 프로그램에서 칼럼을 연재해 그 해의 방송 대상을 차지하고, 2009년에는 장편소설을 펼쳐 소설가로도 활동하고, 딴지일보의 기자로써, 평론가로서, 비평가로서, 감별사로서 활동하는 입담이 유쾌하고 가끔은 신랄하게, 가끔은 통쾌하게, 핵심을 짚고 명치를 가격하는 명쾌 상쾌 통쾌하신 이 글의 저자님 되시겠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크게 의식하지 못했으나 책의 출간일이 2014년인 것을 보아 지금으로부터 9년 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거늘, 저자 선생님께서는 지금까지 어떠한 일을 해오셨는지 열심히 인터넷을 서치 해서 스토킹 근황을 검색해 보았으나 딱히 눈에 띄는 결과는 없었네요. 2021년 날짜로 뜨는 한겨레 신문의 영화 감상편들이 마지막 흔적인데,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지금도 하고 싶으신 글들 마음껏 쓰시면서 제가 죽기 전에 책이라도 한 권 더 발매해 주시길 소심하게 기원해 봅니다.
이러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한국의 무속신앙, 즉, 무당집=점집은 그 명맥이 깊습니다. 아예 단군신화 때의 단군부터가 (신을 믿는) 천신숭배로부터 이루어진 것이고 (출처_나무위키) 단군왕검과 환인은 동일하며, 역사학계에서도 이러한 증거는 많이 나타나고, 신라 제2대 남해왕 때에는 실제 관련기록이 남아있는 데다, "무당"을 지칭하는 "당골 내"라는 단어가 "단군"에서 왔다는 연관관계를 주장하는 말이 있을 정도이나, 사실 여부를 떠나 하여간 오래되긴 참 오래되었구나. 이해하시면 그냥 편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유례야 어찌 되었든,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 못지않게 대한민국 사람들이 점을 보러 다니는 것을 전통문화쯤으로 여기고 신비하고 가깝게 여긴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매년 해가 지나면 토정비결을 보러 가고, 명절마다 손금, 관상, 사주팔자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티브이에 방영되기도 하고, 나이 좀 드신 어르신들은 집안의 큰 경사나 우환이 있을 때마다 당골 점집에 들르시는 것도 그리 낯설기만 한 모습이 아닙니다. 지금도 시골 깊숙한 곳엔 성황당이 여전한 곳들이 있고, 살다 보면 누구나 주변에서 무당이 굿을 했네, 저 집이 용하네, 하는 이야기들을 들어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결혼하기 전엔 반드시 뭘 한다? 궁합을 본다! 나는 사주 안 믿어, 미신 안 믿어, 귀신 안 믿어~ 하는 분들도 결혼 전에는 재미 삼아 궁합, 꼭 한번 보더라고요. 애초에 통상 전 세계에서 로또 1등이 가장 많이 나오는 대한민국, 찍기라면 신이 들렸다고 해도 좋을 만큼 직감이 뛰어난 우리나라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점술, 사주, 심리테스트 등, 상대방의 속마음을 예측할 수 있고, 미래를 먼저 알아낼 수 있다면 무언들 못하겠습니까?
그러나! '점집'이라는 신비스럽고 비밀스러운 어감이 안겨주는 미스터리 한 두려움은 또한 사람을 쉬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공포는 무지로부터 온다고 했던가요? 무당이 사는 점집이라는 이미지는 사람의 호기심과 경계심을 동시에 불어 일으키기도 하는 이율배반적인 존재인 것이죠. 저 또한 사주, 관상, 손금, 점성술, 타로카드에 아울러 여러 가지 오컬트적인 요소들에 호기심을 품고 있지만 신점만은 왠지 모르게 단 한 번도 직접 체험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가보고 싶다, 생각은 하지만 막상 기회가 되어도 무당집이란 존재는 발길을 쉬이 할 수 없는 무언의 포스가 존재한다고 할까요. 이 책을 저처럼 점집에 흥미가 있으면서도, 관심이 있으면서도, 가보고 싶으면서도 발길 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대리체험을 느끼기엔 무엇보다 독서가 최고죠. 게다가 작가님의 재치 있는 입담을 읽고 있다 보면 점집? 그까짓 거 별거 아니네~ 하면서 독자도 점집 탐사기를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끓어오르는 듯!, 하기도 합니다.
점집 구경, 사실 살면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잖아요?
그 마음이, 저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만들었습니다.
일단 읽고 판단하세요.
작가가 떠난 답사 여정
작가님은 의심이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 대한민국에 편의점보다 많다는 교회! 그리고 그 교회와 견줄 수 있을 만큼 많이 분포한 점집! (신점, 사주, 타로, 손금, 관상을 아우르는 토털 점집!) 그중에서도 가장 명확한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유명한 점집을 찾기 위해 기나긴 방랑을 마다하지 않으셨죠. 게다가 점집의 한 부류(?)에 국한된 "신점"만을 보아선 제대로 된 점집 답사기로 할 수 없다 하여, "신점" + "사주" + "관상" 그리고 그 결과가 시원치 않다 하여 "손금" "성명점" "타로"에 이르기까지 여러 유명 점술집을 답사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책을 구입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기 위해서인지, 구매자 특권인지 뭔지 책을 다 읽게 되면 부록으로, 여러 점집에 대한 명칭과 연락처가 적혀있는데, 딱 [사주]에 한해서만 그 수가 스물을 훌쩍 넘습니다. 책의 본문에는 딱 6 부류의 점집을 소개하고 있으나 실상 작가님께서 방문하고 답사하며 조사에 힘을 쏟으신 시간과 노력은 더 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가장 유명한 곳, 이름값이 높은 곳, 신뢰할만한 지인의 추천 점집을 위주로 답사내용이 작성되어 있으며 한 곳을 방문할 때마다 그곳의 첫인상, 점집의 인테리어, 점술가의 인상과 아우라, 그 점술가의 특징과 추천할 부분, 지적할 부분 등이 작가님 특유의 문장이 살아 꿈틀대며 트위스트를 추는 듯한 리듬감 있는 묘사로 박동감 넘치게 쓰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마디로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엄마도 알고 아빠도 알고 친구도 알고 애인도 알고 동사무소 직원도 알고 있는 그런 거 알려고 점집 가는 거 아니잖아."라거나, "사랑이란 과연 만신님도 못 말릴 운명의 화염방사기이런가!" 같은 드립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온다고 할까요?
진지한 듯 진지하지 못한, 그러나 알고 보면 평정을 잃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작가님의 아이러니한 관점은 보는 독자를 흥미롭고 즐겁게도 만들지만 가끔 이야기가 본문을 떠나 삼천포로 빠져 독자들을 길 잃은 맥락맹으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공격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길 잃은 맥락맹 상태에서도 글이 재미있다는 겁니다. 있는 그대로를 표현해 낸 리얼리티 한 답사기는 흡사 한 편의 드라마틱한 모험의 여정 같기도 했습니다.
결국 미신? vs (비현실적) 미지의 힘?
결국 이건 사람 BY 사람마다 결론이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맞는 것이 있다. 그러나 맞지 않는 것도 있다." 하는, 흔들리지 않는 분명한 자기 객관화 능력을 발휘하여 실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통변들에 (미래가 오면 맞는지 틀렸는지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중립 기어를 박는 마무리를 해주셨습니다. 실상 저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믿고 싶어 하는 것을 믿고 살지 않습니까?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믿고 싶은 사람은 절실한 간절함으로 그것을 팥 메주라고 믿는 법이고. 점괘가 맞든 틀리든, 그것이 신비로운 존재의 예지이든 인간 본연의 내적인 무의식의 잠재적 발현이든, 하여간 믿을 놈은 믿고 점괘 없이도 살 놈은 산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좋은 점괘는 믿고, 나쁜 점괘는 믿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점괘든 통변이든 내게 이로운 것만 믿고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 점괘를 맹신하지 말고 재미와 오락으로만 즐길 것, 점술에 집착하여 의지하거나 매달리지 말 것, 점술 관련된 책이나 사이트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경고 문구이지요. 그 문구들에 백번 천 번 동의합니다.
결론
책 재밌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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